일수의 세계 #01. 입문



서른살 봄, 나는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기 짝이 없던 치킨집을 정리하고 이제 뭘 하고 살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대학시절 친했던 친구놈이 사채업을 하는 자신의 사촌형이 직원을 구한다며 소개를 해줬다.

“숙소 제공에 주5일에 오후5시면 칼퇴근 이라더라. 월급은 최소200에 일만 잘하면 300도 준다네”

미리 얘기하자면 개뻥이었고, 친구도 들은 말을 전했을 뿐이라 친구가 날 속인 것은 아니었다. 각설하고, 내비가 안내해준 길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저멀리 서울역이 보였고, 서울역 뒤편의 남루한 주택가 원룸건물 앞에 짤막하고 통통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니가 현수여? 나 거시기 사촌형”

“아, 안녕하세요 김수현입니다. 전라도 분이신가 봐요”

“어 여그는 싹 다 전라도여, 원래 일수는 전라도랑 대구가 양분한당께. 요새는 쩌기저 서울 아그들도 왕십리에 모이가 터잡고 있긴 헌디 그래도 전라도랑 대구 애들이 원조랑께”

“아 네..”

그러거나 말거나. 뭔 순대국도아니고 원조를 찾고 있어?.

숙소가 어디냐고 묻자 개똥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숙소? 어 그 숙소는 여그건물 지하원룸이고 숙소겸 사무실인디 다른애들은 퇴근하믄 다 집에강께 너는 여그서 자믄도ㅑ.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정 아침7시출근이고 퇴근은 6신디 월급은 기본130이고 수당이랑 하면 170~180은 가져갈껴”

하 이런 아름다운새끼. 일수쟁이 아니랄까봐. 전부 개 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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