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으로 이루어지던 많은 업무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기기나 장비로 대체되어 통신장 같은 직급은 사라졌고, 그 업무를 누군가 추가로 담당하게 되어 선박의 구성원은 안전 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으로 축소되었다. 물론 인건비 절감 또한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선박에는 어떤 직위/직책/직급의 사람들이 주로 어떤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선장(CAPT)
캡틴(Captain), 마스터(MSTR, Master)라 불리며, 안전운항/화물의 안전한 운송/선원의 인사관리 업무를 보며, 선박의 총 책임자이자 결정권자 이다. 평상시에는 항해사가 항해당직을 잘 수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과, 항해사와 부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관리하고 관찰한다.
많은 업무들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위임하며, 보고서를 통해 결과를 확인 받는다. 기상도를 분석하여 황천을 만나거나 태풍과 가까워질 것을 사전에 판단하여 피항 조치를 하고 회사에 보고 한다. 그리고 입출항 시 도선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선박을 안전하게 접안/이안 시킨다.
입항 시 C.I.Q(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 수속 업무를 보고, 화물의 안전한 선적과 양하를 위해 감항성이 확보되었는지 판단하고, 화물의 선적량과 위치, 평형수를 적절히 조절하고, 선원들에게 법적으로 정해진 교육을 수행 한다.
일항사(C/O)
CHIEF OFFICER, 일본의 영향으로 어르신들은 초사라고도 부르며, 항해사이므로 기본적으로 04시~08시, 16시~20시 8시간의 항해 당직 업무를 수행하고, 선장으로부터 선박의 화물 선적과 양하 및 평형수 관리를 위임 받은 책임 사관이다.
선장에게 위임 받은 선박의 대부분의 서류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자이며, 주니어 사관들의 업무도 관리/감독 하고, 갑판의 모든 정비를 담당하고, 갑판 부원에게 정비/수리 업무를 지시한다. 그리고 선장에게 선원들의 동향과 불만 사항들을 보고하고, 선내 질서를 유지하는 보안관의 역할도 한다.
이항사(2/O)
SECOND OFFICER, 이등항해사로 00시~04시, 12시~16시 8시간의 항해 당직 업무를 수행하고, 항해에 필요한 도구(항해 및 통신 장비, 해도, 도서)를 관리하며, 추가로 소화 장비, 안전 비품을 관리한다.
선박에 보유 중인 모든 종이 해도와 도서를 매주 소개정하는 업무로 시간을 많이 빼앗겼는데, 최근에는 종이 해도가 엑디스로 대체되어 자동 업데이트 되는 추세로 이항사의 업무가 다소 경감되고 있다.
삼항사(3/O)
THIRD OFFICER, 삼등항해사로 08~12, 20~24시 8시간의 항해 당직 업무를 수행하고, 선장으로 부터 위임 받은 입항 수속 서류 준비와 차항지에 보내는 RPM 이메일을 준비하는 업무를 한다.
그 외에 삼항사는 중요도는 낮으나 없으면 불편한 정도의 많은 서류 업무 및 잡무(문화오락용품 관리, 티비.드라마 청구/관리, 개인 침실 명패 개정, 선내 침실 전화번호부 개정, 선원명부 개정, 작업휴식일지 관리, 일반 비품 관리, 접대품 관리, 개인품 관리, 부식청구, 이메일 수발신 리스트 작성, 선장, 일항사, 이항사가 시키는 잡무 등등)를 위임 받아 관리한다.
실항사(A/O)
APPRENTICE OFFICER, 실습항해사이며, 3항사 면허를 위해 1년간의 승선 실습이 필요하다. 보통 3항사 당직에 배치되어 업무를 배우고, 짧은 기간 동안 1항사, 2항사, 갑판부 데이워크, 기관 당직에도 배치되어 선박의 업무를 두루 경험하게 된다. 업무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에 보통 열정 페이로 20~30만원(30년간 동일) 수준의 형식적인 용돈을 받는다.
갑판장(BSN)
BOSUN, BOATSWAIN, 보순, 갑판장이라 불리며, 평일 08~17시 8시간의 갑판 정비 업무를 하며, 작업 반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일명 깡깡이 라고 하는 선박의 녹제거 작업과 페인트칠을 주로 하며, 선박의 자체 크레인을 운전하고, 갑판수와 갑판원에게 업무를 분담하여 일항사로 부터 하달 받은 갑판 정비/소제 작업을 수행한다.
갑판장이 되기 위해서 갑판원->갑판수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 직급의 급여가 육상직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없어서 한국인 갑판장의 대가 거의 끊겼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갑판장의 국적은 대부분 미얀마,필리핀 이라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업무에 배치해야 업무 마찰을 줄일 수 있다.
갑판수(Q/M)
갑판수, 조타수, Q/M(쿼터마스터), AB(Able seaman) 이라 불리며, 항해 시에는 선교에서 4시간씩 3교대로 핸들을 잡거나 갑판 정비 작업에 투입되고, 부두에 입항해서는 화물의 선적/양하 작업을 감독한다.
예전에는 갑판수와 조타수가 따로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 조타 기능이 탑재되어 조타수와 갑판수가 통합되었다. 그리고 과거 레이다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선수와 선박의 양쪽에 견시원(망보는 사람)을 두고 항해를 하였으나, 항해장비가 고도화되어 추가적으로 사람의 육안으로 망을 봐야 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갑판수가 조타 업무도 하면서 견시(망보는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갑판원(O/S)
O/S(오에스, Ordinary seaman), D/B(데크보이, Deck boy, 수습갑판원)라 불리며, 갑판장의 지시에 따라 갑판 정비 업무(데이워크)에 배치되고, 부두에 입항해서는 화물의 선적/양하 작업이나 갱웨이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한다.
예전에는 각각 별개의 직급이었지만, 현재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필요 인원 한 두 명으로 운용 중이며, 갑판 수리 업무는 2.5년마다 DRY DOCK에 들어가서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선박의 선원 1명이 줄어들면 그만큼 선원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나서 선원들에게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조리장(C/S)
C/S(칩쿡, Chief cook)이라 불리며, 선원들의 식사와 부식 관리를 담당한다. 그런데 조리장은 대체 인력이 없으므로 휴가를 받을 때 까지 선원들의 3시 3끼 식사를 챙겨야 하므로 쉴 수 없는 고된 직책이다.
조리장이 되려면 조리원을 거쳐야 하는데, 급여가 육상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없기에 한국인 조리장의 대가 끊기고 있어, 미얀마나 필리핀 조리장과 승선하여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원(MSM)
MSM(메쓰맨. Mess man), SB(SALON BOY, 쌀롱)이라 불리며, 조리장의 아래 직위로 재료손질, 서빙, 설거지 등을 담당한다. 예전에는 사주부(조리 파트)에도 인원이 많았지만, 현재는 인건비 절약을 위해 인원이 줄어 조리장 1인만 승선하는 선박도 많고, 조리원인 MSM을 한 명 더 추가로 두는 선박도 있다.
쌀롱사관
SALON OFFICER, SENIOR OFFICER, 선임사관, 시니어사관 이라 하며, 선장, 일등항해사, 기관장, 일등기관사를 말한다. 예로 부터 상선이나 해군에서 쌀롱(SALON)은 장교 및 사관들의 모임, 음주와 식사의 장소였기에,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을 쌀롱 사관이라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고, 지금까지도 어르신들은 시니어 사관을 쌀롱 사관이라 부른다.
파일럿(PILOT)
도선사이며, 6천 톤 이상의 선박에서 3년 간의 승선 경력을 가진 선장이 도선사 시험에 합격하면 도선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선박의 베테랑 대리 운전 기사 또는 기차,트레일러,레미콘 등 특수한 동력장치를 발렛파킹 해주는 사람이며, 항해사 중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선박 조종 경험이 많은 선장이라 하더라도 모든 항만의 특수성과 변동 사항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해당 항만의 전문가가 승선하여 선박을 조선 하도록 강제화 되어 있는데,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도선사이다. 항해사의 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 강도는 높지만, 금전적 보상이 모든 것을 커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