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인 해기사(선박 항해사와 기관사)의 높은 이직률로 인해 해기사 수급에 비상이 걸려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고 세워야 할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뉴스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입 물동량의 97% 이상이 선박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 선박의 선장이나 기관장이 없어서 배가 멈추고, 물류가 멈춘다면, 그 피해와 손실액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막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노사정(노조, 선사, 정부)이 머리를 맞대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한국인 해기사의 이직률을 줄이고 장기승선을 유도하는 해답을 우리 모두 알고는 있습니다. 다만, 비용이 발생하므로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뿐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먼저 선박에서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MZ세대 해기사(선박 항해사와 기관사)가 승선직업을 기피하고 이직하는 이유와 해결책을 찾아봅시다.
1. 선박에서 지내는 삶은 어떤것인가요?
먼저 선박은 떠다니는 교도소 내지 섬이며, 남자들이 꿈에 나올까 무서워 하는 군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선박이 항해를 시작하면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리고 싶다면 그것은 바다로 뛰어내려서 인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엄격한 군대 조차도 면회 또는 외출/외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 탈영을 해서라도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박은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그런 이동의 자유도 없고, 외국의 항구에 도착하더라도 계약기간(6개월~10개월)을 채우지 못하면 귀국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태풍이나 저기압 영향권에 들었을 경우에는 선박이 앞뒤, 상하, 좌우로 흔들리는 바이킹과 디스코팡팡을 섞어 놓은 것처럼 심하게 흔들려서 가만히 서있기 조차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해당직을 서거나, 기관 장비의 수리 업무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선박이 그런 환경(황천)에서 멈추면 전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렇게 이동의 자유가 제한(금지)된 환경에서 편의점도 못가고, 치맥도 못시켜 먹고, 맛집도 못가고, 영화관도 못가는데 6개월 이상 근무를 할 수 있겠나요?
2. 선박의 통신 환경은 어떤가요?
현재 대부분의 선박이 MVSAT(위성)을 설치하는 중이며,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성 인터넷의 비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사의 입장에서는 가장 경제적인 비용과 속도의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대 2Mbps 급의 무제한 위성인터넷을 사용하는데, 한달 사용료가 150만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2Mbps의 속도로는 유튜브(최저화질)를 실행할 수 없고,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도 거의 불가능한, 카카오톡 메세지와 저용량의 사진만 겨우 보내고 받을 수 있습니다.
머스크재단의 스페이스엑스가 운영중인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은 속도가 최대 300Mbps로 일반 선박이 사용하는 2Mbps 대비 150배 빠르지만, 한달 사용료가 5000$(600만원) 가량 되어 부담스러운 가격에 한국 선사들은 적용하고 있지 않고, 유럽 선사들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위성 인터넷 또한 기상이 나쁘고 비구름이 가득할 경우에는 접속이 차단되며, 지역에 따라 음영 구역에 따라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게다가 이 속도는 1인이 사용할때의 최대 속도이며, 동시에 20여명의 선원이 사용하게 되면 그 속도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당신은 유튜브도 못보고 인스타도 못하고, 친구/자녀/가족/애인과 통화(음성/영상)도 못하는 환경에서 6개월 이상 근무를 할 수 있으신가요? 군대보다 못한 열악한 환경에 동의하시나요?
3. 선박의 일상은 어떤가요?
선박의 목적은 목적지 까지 화물의 안전한 운송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항해사는 안전운항을 책임지고, 기관사는 선박이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게 점검하고 수리합니다. 선박은 밤, 주말, 공휴일 이라해서 멈추지 않고, 멈춰서도 안됩니다.
그래서 항해사는 3교대 또는 4교대 당직제로 운영되며, 기관사는 경우에 따라 당직제로 운영되기도 하고, 주간만 근무하고 야간에는 UMA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기관사는 퇴근을 하였더라도, 기관실에 문제가 생기고 알람이 발생되면, 밤/새벽/주말/공휴일 관계없이 기관실로 즉시 뛰어내려가서 수리를 해야합니다.
항해중 항해사는 8시간의 항해당직을 마치고 여유 시간에 오버타임으로 본인에게 주어진 서류업무(수속서류, 안전소화장비, 항통장비, 의약품관리, 소모품 기부속 관리 등등)를 합니다. 휴식 시간에는 방에서 영화도 보고, 노래방 기기로 노래도 부르고, 체육관에서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밤/새벽/주말/공휴일에 관계없이 모든 선원이 안전한 입항을 위해 입항작업에 배치됩니다. 그리고 항구에 입항하면 선장은 관공서로부터의 CIQ(세관, 출입국, 검역)의 수속업무를 보고, 선원 및 기관사는 식자재/선용품/연료유를 수급받고, 항해사는 당직제로 화물을 안전하게 싣고 내리는지 감독을 하고, 평형수를 주입/배출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을 계약기간이 끝나고 후임자가 승선할 때까지 계속해야합니다. 만약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본인이 업무적으로 또는 대인관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하루 하루가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당신은 퇴근이 없는 삶인 승선생활을 6개월 이상 유지할 수 있겠나요? 당신은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거의 밤샘하며 오버타임을 해야하는 일을 6개월 이상 지속할 수 있겠나요?
4. 해기사의 임금은 어떤가요?
해기사(선박 항해사와 기관사)의 임금은 비교 대상에 따라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는 위험한 환경에서 낮과 밤, 휴일, 공휴일 근무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없이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임 3항사, 3기사의 경우 연봉이 4천~5천 정도가 되는데, 그 근무시간은 육상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해외파견직, 주재원의 경우에는 통상 기본 급여에 생활비, 주거비, 자녀교육비 등의 추가적인 수당으로 대우가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승선직의 경우 해외파견직처럼 해외에 나가있고, 더 위험한 바다에서 근무를 하며, 이동의 자유도 없는 환경에 비해 임금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육상직원의 경우, 이동의 자유가 있기에 원하면 투잡, 쓰리잡을 통해 더 많은 수입을 만들 수가 있고,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기회가 많기 때문에 현재 해기사의 임금은 그다지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주5일제 하루 8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매일 한두시간의 오버타임을 해야하며, 주말에도 쉬지않고 출근해서 8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하고, 어떨 때는 24시간 밤샘 근무까지 해야하는 입장에서, 초봉 4~5천만원에 만족할 수 있나요?
5. 해기사의 계약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해기사(선박의 항해사와 기관사)의 계약기간은 선원법상 8개월 입니다. 그리고 각 회사의 단체 협약상 8개월 이상 승선시 휴가신청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외출도 못나가는 환경에서 선박에만 고립되어 지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6개월 승선후 휴가를 보내주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회사에 따라, 인력의 수급에 따라 지금도 1년 가까이 승선시키는 선사도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 나이든 선장과 기관장은 매월 적립되는 유급휴가(월8일)를 몰아서 장기휴가를 보내기 위해 10개월 이상 장기 승선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3개월 승선 3개월 유급휴가(월급100%)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 어떤 곳은 2개월 승선 2개월 유급휴가인 곳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선사들은 아직도 6개월 승선이 짧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승선기간이 짧아지면 교대할 인력을 더 뽑아야 하고 인건비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6개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지낼수 있나요? 당신은 6개월 이상 사랑하는 자녀, 가족, 애인을 만나지 못하고 지낼 수 있나요?
6. 몸이 아프면 어쩌죠?
선박의 병원에는 표준 의약품은 보유하고 있으나, 의사는 없습니다. 그래서 항해중에 몸이 심각하게 아프거나 외상을 입는다면, 위성전화로 119에 연락하여 의사의 자문을 받고 선박에 비치중인 의약품을 처방합니다.
그런데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없으므로, 다음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임시 방편으로 처방약을 먹거나, 의료관리자 교육을 이수한 선장 또는 항해사에 의해 찢어진 곳을 봉합해서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합니다. 치명적인 상병인 경우에는 제일 가까운 항구로 특별 기항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육상처럼 1시간내 응급실로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선박에 승선하면, 절대 다치거나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선박은 전체가 철로 이루어져 있고, 넘어지거나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찢어지거나 타박상을 입습니다. 기관부는 중량물의 설비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수리하다가 고온 고압의 액체를 뒤집어써 화상을 입거나 손가락 절단 등의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당신은 갑자기 맹장이 터지거나, 장염에 걸리거나, 편두통이 있거나, 몸살 감기에 걸리거나,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찢어진 경우에 바로 응급실에 가지 못하고 최소 하루 이틀, 길게는 며칠씩 자가치료를 받고 고통을 참을수 있나요? 선박은 그런 환경입니다.
7. MZ세대 해기사의 이직률을 낮출수 있는 해법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현재 선박에서의 생활, 근로시간, 계약(승선)기간, 급여수준을 보면, MZ세대든 아니든 그 누구도 승선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없음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해기사의 이직률을 낮추고 장기승선을 유도하여 해기사 수급을 정상화 시키는 방법은 오히려 간단합니다. 그것은 짧은 승선기간과 금전적인 보상입니다. 노사정이 합심하여 해기사가 요구하는 수준과 선사나 정부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수준의 갭이 적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선원법상 3개월 승선시 3개월 유급휴가를 못박을 것. (3개월 이상 승선시 급여1.5배)
- 근로기준법에 따른 시간외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실시할 것.
- 스타링크 300Mbps를 전 한국적선박에 설치하고 운용할 것. (정부지원)
이 3가지가 충족된다면, 해기사(선박 항해사와 기관사)의 메리트가 급상승하여 청년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어 승선직에 대한 경쟁이 매우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건비가 상승하여 정부도 선사도 다 알면서 못하고 있는 이 정책들이 한국인 해기사의 대가 끊기기 전에 빨리 시현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