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되는법 – 선장의 하루 일과(24시간)!



선장(상선, 화물선)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선장이 되는 방법과 선장의 평범한 일상을 시간 순서에 맞게 상세히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과연 본인이 되고자 했던, 꿈꾸던 선장의 모습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면 좋겠습니다.

1. 선장 되는 방법

선장이 되려면, 1등항해사로 2년을 근무하고, 1급 면허를 취득한 후, 해당 선사의 내부적인 진급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실항사 1년, 3항사 1년, 2항사 2년, 1항사 5년으로 통상 최소 9년 이상의 승선 경력을 쌓은 후 선장의 진급 추천이나 회사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진급을 목전에 둔 고참 1항사들이 즐비한 해운회사에 근무중이라면, 기존 선장이 은퇴나 이직 또는 신규선박의 투입이 없다면, 진급 TO가 없어서 몇년씩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빠른 진급을 노리고 선장 TO가 많은 선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선장의 일상과 하루 일과(24시간 일기형식)

선장의 평소 일상과 하루 일과에 대해 일기형식으로 서술해 보겠습니다. 대양을 항해중일때는 일과가 매우 단순하므로 연안항해 및 입항을 앞둔 시점을 예로 들었으니 참고 바랍니다.

00시 00분 2항사가 항해당직에 올라왔다. 차항 상하이(SHA)의 도선사 승선시간이 19시 45분 이라는 통보를 받고, 2항사에게 RPM을 조절하여 도착시간을 맞춰서 가라고 지시하고 방으로 내려왔다. 방에 연결된 RADAR와 ECDIS화면을 모니터링하며, 위험성이 없다 판단하고 01시가 넘어서 침대에 눕는다.

04시 00분 배가 오뚜기처럼 휘청거린다. 침대에서 가만히 누워있기도 어렵다. 태풍에 따른 너울(SWELL)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옷을 챙겨입고 브릿지로 올라갔다. 주변 항행선과 어선과 어망의 상황을 RADAR를 통해 파악하고, 너울을 좌현 선수에서 받도록 코스(COURSE)를 변경한다.

일항사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방으로 내려와 RADAR와 ECDIS 화면을 모니터링한다. 위험성이 사라지고 선박이 흔드는 주기가 잦아드는 것 같아 04시 30분 즈음 다시 침대로 가서 쪽잠을 잔다.

07시 눈이떠져서 핸드폰에 온 메세지를 확인한다. 집에서 온 안부 메세지와 3항사로 부터 수속서류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내용이다. 07시 20분 샤워를 하고 선교(브릿지, BRIDGE)로 올라가서 수속서류를 검토하고 틀린 부분을 수정해서 대리점으로 전송한다.

08시 주변에 어선도 적고, 항로상 위험요인이 없어 3항사에게 항해를 맡기고 방으로 내려온다. 아침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아침을 생략하고, 책상에 앉아서 회사로 부터 수신된 공문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언제까지 회신해야 하는지 달력에 메모해 둔다.

09시 피로가 몰려와서 쇼파에 앉는다. 3항사가 제대로 운항을 하는지 위험성은 없는지 RADAR와 ECDIS 화면을 모니터링 하다 누워서 쪽잠을 자다 깨서 다시 모니터 보기를 반복 한다.

11시 즈음 2기사가 방에 노크를 한다. 눈이 아파서 입항하면 병원에 가고싶다고 한다. 2기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회사와 대리점에 보낼 서류를 만든다. 11시 30분 회사에 치료의뢰서를 송부하고 담당자와 카톡/위챗으로 비용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병원에 가기위해 준비해야하는 서류를 주문받고 3항사를 불러서 만들기 시작한다.

12시 00분 밥종이 울린다. 미얀마 조리장이 만든 이상한 향신료를 넣은 치킨 두루치기를 먹는다. 비주얼에 비해 맛은 그럭저럭 괜찮다. 시니어 테이블에서 기관장 일항사 일기사와 업무 이야기와 이런저런 음담패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13시 브릿지에 올라와 2항사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눈다. 약 1시간 가량 브릿지를 빙빙 돌아다니며 소화를 시킨다. 운동중에 상하이 현지 선식 업체로 부터 위챗 메세지가 왔다. 이런 저런 품목이 재고가 없어서 다른 것으로 대체할 것인지 묻는다. 조리장을 호출하여 의사를 묻고 추가할 품목을 회신해 준다.

14시 3항사가 브릿지로 의약품 관리대장과 선박 보안 서류를 검토받으러 올라왔다. 초임 3항사라 실수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평소보다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하고 틀린 부분을 수정시키고 결재를 해준다.

14시 30분 방에 내려와서 책상에 앉아 RADAR와 ECDIS 화면을 모니터링 한다. 수신된 공문과 사고속보를 읽고, 카톡이나 뉴스 기사를 확인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 도선사를 태우면 자정이 넘어서 퇴근할 수 있기에, 미리 체력을 안배해야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쉽게 잠이오지 않는다.

16시 정상적인 루트로 변침을 하였는데, 옆에서 오는 스웰에 선박이 심하게 휘청거린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정도다. 브릿지로 올라가서 스웰의 방향을 확인하고, 2항사를 불러서 루트를 수정해본다. 다이렉트로 갈 수 있지만, 아래쪽으로 돌아서 가는 루트로 수정했다. 일단 CJK TSS로 변침을 하기 전까지는 거의 정선수 방향의 스웰이라 롤링이 심하지 않았다.

16시 30분 다시 방으로 내려와서 책상에 앉아 RADAR와 ECDIS 화면을 모니터링 한다. 일항사가 어선과 너무 가까이 통과하려 하여 브릿지로 전화를 건다. 헤딩을 좀 더 우현으로 틀어서 어선을 피하고 원래 코스로 복귀하라고 지시를 하고, 제대로 수행하는지 모니터링 한다.

17시 30분 저녁 밥종이 울린다. 미얀마 조리장이 해준 탕도 아니고 찌개도 아닌 것을 먹는다. 그래도 완전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꾸역 꾸역 입으로 집어넣는다. 저녁을 먹으며 시니어 테이블에서 기관장 일항사 일기사와 담소도 나누고, 입항준비에 대해서 확인 받는다.

18시 00분 CJK(창지앙코우) TSS(통항분리대)로 진입했는데, 경험이 짧은 3항사 당직 시간이다. 브릿지로 올라가서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3항사에게 앵카리지에서 이동하는 선박이 있을 수 있으니 특별히 신경쓰라고 조언을 해준다.

18시 30분 배가 아파서 3항사에게 필요시 바로 트랜시버로 호출하라고 지시를 하고 방으로 내려온다. 내려온김에 양치도 하고 제대로 속을 비워냈다. RADAR와 ECDIS를 보니 큰 위험성이 없다. 당장 올라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계속 모니터만 쳐다본다.

18시 40분 도선사 승선 1시간전이라 브릿지로 올라간다. 3항사에게 스탠바이엔진 시간을 알려주고 기관사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한다. VHF로 PILOT 채널을 호출하여 도선사 승선시간을 재확인 받고, 도선사용 사다리 설치 위치와 높이를 확인 받는다.(LEESIDE 1MTR ABOVE WATER)

19시 00분 3항사에게 갑판장(BOSUN)을 호출하여 우현 수면상 1미터로 파일럿 라다를 설치할 것을 지시한다. 본선 1마일 앞에 20시에 도선사가 타는 선박이 밍기적 거리고 있다. 앞에가는 선박을 호출하여 우현 추월을 교신하고, 엔진을 풀어헤드(F/AHEAD)로 올린다.

19시 20분 앞서가는 선박을 완전히 추월한 후에, 다시 엔진을 슬로우어헤드(S/AHEAD)까지 낮춰서 스피드를 조절하여 파일럿 도착 시간을 맞춘다.

19시 40분 도선사를 태우고, 도선사에게 선박의 정보를 브리핑하고 조선권을 넘긴다. 상하이는 조류가 너무 강하여 LEEWAY가 20도~30도 이상 발생한다. 헤딩은(HEADING) 녹색 부이를 좌현에 두고 있지만, 실제 움직임은 녹색부이를 우현에 두고 TSS를 지난다.

상하이 항은 도선사를 태우고 부두 근처까지 평균 4시간의 항해시간이 소요된다. 앞서가는 선박을 추월할 수 없는 구간이 많아서 줄지어 따라가는데, 스피드가 낮은 선박이 앞에 있다면, 다 같이 스피드를 낮춰서 갈 수 밖에 없다.

항로의 폭이 매우 좁고, 이탈한다면 바로 좌초(GROUNDING)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장은 도선사가 제대로 엔진을 사용하는지, 타를 적절히 사용하는지 수시로 모니터링 해야한다. 잘못된 오더를 하면 선장이 직접 조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23시 50분 이렇게 강을 따라 4시간 이상을 올라가서 부두에 임박했다. 2마일 앞에서 터그보트가 접근하고 있고, 3항사에게 입출항부서배치를 명한다. 3항사는 올스테이션 올스텐바이 방송을 하고, 선수와 선미 요원들은 입항 준비를 하러 나간다.

터그를 잡고, 선박을 회두시켜 2척의 터그로 500미터 이상을 횡이동 시킨다. 횡이동만 거의 30분 가량 걸린다. 부두에 근접하여 브릿지마크를 맞추기 위해 엔진을 앞으로 썼다가 뒤로 썼다가를 반복한다. 왜냐하면 통상 2노트 이상의 조류가 흐르고 있기에, 엔진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압류되어 접안중인 선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00시 50분 1시간여의 입항작업을 종료하고 도선사는 내린다. 이제 대리점이 올라와서 입항 수속 업무를 본다. 서류에 사인을 해주고, 관공서에 줄 접대품(담배)도 전달하고, 일항사로 부터 화물 작업량과 출항 컨디션을 보고받는다.

01시 30분 일항사에게 평형수를 조절하여 출항 컨디션(드라프트와 트림)을 수정할 것을 지시하고, 방에와서 씻고 마음편히 침대에 눕는다. 깊은잠에 빠지려는 순간, 육상의 크레인 조작자의 실수로 선박이 휘청일 정도의 큰 소음이 들린다. 일항사와 당직사관에게 현장확인 후 보고할 것을 지시한다.

02시 00분 일항사로 부터 컨테이너를 선적하다가 셀가이드가 휘는 손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서 현장을 확인해 본다. 다행히 선적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 1항사에게 스티비도어데미지레포트(SDR)을 작성하고 포맨(FOREMAN)과 대리점(AGENT)를 호출하여 사인을 받을것을 지시한다.

02시 30분 방에 와서 SDR에 제대로 서명을 받았음을 확인받고, 침대에 눕는다. 출항시간이 13시라 여유가 있다. 마음이 진정되고 기절한듯 잠을잔다.

08시 3항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부식이 도착했다. 선용금을 챙겨서 데크오피스로 내려간다. 그런데 조리장이 선적된 식자재가 불량하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부식업체를 불러서 현장확인을 시키고, 출항전까지 제대로 된 식자재로 교환해서 가져올 것인지, 영수증을 수정할 것인지 묻는다. 출항시간 까지는 불가능하여, 영수증을 수정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한달 동안 상추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생겼다.

10시 식자재 영수증을 수정하고 선용금을 지불한 후 다시 방으로 올라와서 침대에 눕는다. 좀 더 자려고 하는데, 3항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PSCO 2명이 승선했다고 한다.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고, 피로가 싹 사라지며 각성되어 옷을 갈아입고 PSCO를 맞으러 사무실로 내려간다. 3항사에게 PSCO가 승선했으니 각자의 위치에서 스탠바이하며 지적사항을 미연에 방지하라고 방송할 것을 지시한다.

PSCO가 간단한 브리핑을 마치고 선박증서 점검을 시작한다. 옆에 앉아서 PSCO가 뭘 지적할까 조마조마 하면서 지켜본다. 이런 저런 질문에 대답을 하고 1항사를 불러서 필요한 증빙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다. 30분간의 서류점검을 마치고, 데크 투어를 한다고 한다.

1항사는 갑판장과 타수를 대동하고 PSCO를 따라 갑판과 기관실을 돌며, PSCO가 지적하는 것을 현장에서 바로 수정한다. 다행히 출항지연(DETENTION)을 당할 만한 지적사항을 없이, PSC 수검이 완료되었다.

12시 PSCO가 내려가고, 안도의 숨을 쉬며 점시식사자리에 앉는다. 1시간후 출항이므로 급하게 식사를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출항준비를 하러 간다. 13시 도선사가 승선하고, 4시간 동안 협수로(NARROW CHANNEL)를 따라 내려가며, 도선사가 제대로 된 조타와 엔진 오더를 하는지, 모니터링 한다.

16시 30분 1항사에게 갑파장을 호출하여 파일럿라다를 설치할 것을 지시한다. 17시 도선점에 당도하여 도선사가 하선한다. 17시 30분 저녁 밥종이 울리는데, 선박이 많아서 식당에 내려가지 못한다. 조리장에게 브릿지로 밥배달을 시켜서 브릿지에서 밥을 한숫가락 뜨고 레이다 한번 보고 하면서 식사를 한다.

19시 스피드를 증속하여 CJK TSS를 빠르게 이탈 후 더이상 급격히 엔진을 낮춰야할 일이 없음을 판단하고 기관실에 렁업엔진(R/UP ENG) 시간을 알려주며, 기관 당직을 해제시킨다. 당직 항해사에게 항해를 맡기고 방에 올라와서 다시 RADAR와 ECDIS 화면을 보며 모니터링 한다.

이것이 선박에서 평소 선장이 하는 일과입니다. 항해중에는 무료하고 다소 편할 수도 있지만, 부두에 입항하거나 연안항해를 하게되면 눈코뜰새 없이 바빠집니다. 과연 이것이 당신이 생각하던 선장의 모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선장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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